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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순(문창 02-10)동문 소설집 '모피방'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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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동문회
댓글 0건 조회 1,604회 작성일 22-10-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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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순의 소설집 '모피방'이 출간되었다.
민음사/2022.05.20 출간

제목 '모피방'의 뜻은 한때 중국에서 유행했던 인테리어 방식으로, 내부에 기본 골조 외에 어떤 다른 옵션도 없는 방을 말한다.
이 방은 기본적인 인테리어가 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화장실이나 부엌 등 기능이 명확한 곳 역시 정해져 있지 않아 세입자의 결정에 따라 직접 배관이나 수도 공사를 해야 한다.
애초의 의도는 리모델링이 필요없이 처음부터 취향대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도록 비워 둔 방이었으나,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주로 소득이 낮은 이들이 이곳을 찾게 되었다.
취향대로 인테리어를 할 수 없는 이들이, 변기도 수도도 놓여 있지 않은 텅 빈 방에 들어가 지내게 되는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과 무한한 갈팡질팡의 대명사처럼 보이는 모피방이라는 공간의 방식.
전석순의 소설에는 그 방식을 닮아 눈이 부시게 하얗기만 한 날들 앞에서 알맞은 자리를 찾으려는 이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자리는 가족의 죽음으로 인해,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의해, 혹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지고 만 사회 재난에 의해 휘청이고 무너지거나 사라진다.
작가는 막막한 삶의 소용돌이 앞에 조용히 서서 가만히 손가락을 꼽아 보는 인물들을 그려 낸다.
자신에게 닥친 일들이 자신의 잘못인지, 슬퍼해도 괜찮은지,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같은 것들을 생각하는 이들.
전석순의 인물들은 눈이 멀 듯한, 거리와 깊이를 알 수 없는 백색의 고통 속에서 천천히 과거를 되짚어 보려고, 미래를 가늠해 보려고 애쓴다.
오래 서 있다 보면 원근감과 방향감을 잃을 듯한 평면의 날들이 지속되어도 입체의 생을 살기 위해, 질감과 색감을 찾기 위해 다시 자세를 잡는다.
자신이 걸어온 거리와 걸어갈 방향을 찾으려 노력하는 이들이 『모피방』에는 있다.
휘청거릴지언정 균형을 잡고 포기할지언정 버텨내는 인물들은 소설을 읽는 우리가 삶에서 백색 공간을 마주했을 때 각자의 방향 잡기를 도와줄 것이다.
우리는 이 수줍은 도움을 받아 모두 다른 방향으로 걸어갈 것이다.

전석순 동문은 문예창작과 02학번으로 지난 200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회전의자'가 당선되어 등단하게 되었다.
2011년 '철수사용설명서'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으며, 장편소설 '거의 모든 거짓말', 중편소설'밤이 아홉이라도' 등을 펴냈다.